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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t_available 19.05.20 07: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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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멘파워

남성탐구생활#07 - 밤에 자다 깨서 화장실 가세요?

location_on지점명 : 인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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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습니까?" 

진료실에 들어서는 분들께 가장 먼저 하는 말이다. 

"소변을 너무 자주 봐요." 
돌아오는 대답으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내가 재차 물어본다. 
"그럼 낮에 화장실을 자주 가시는 건가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낮에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밤에 서너 번 잠에서 깨서 화장실을 가게 되네요." 

소변 보기가 불편해 비뇨기과에 내원하는 분들은 '자주 마렵다' '참기 힘들다' '가늘게 나온다' 등 여러 가지 증상을 토로하는데, 그런 증상들 중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는 '야간뇨'가 가장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다른 증상은 그래도 참을 만한데, 밤에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가야 하는 것은 병원에 찾아올 만큼 괴로운 증상인 것이다. 

괴로운 것도 괴로운 것이지만, 밤에 한두 시간 또는 두세 시간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바람에 밤에 잠을 설치면 굉장히 피곤해서 낮에 활동하는 동안 지장을 준다. 또 한번 깨고 나면 다시 잠들기 힘든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하며, 심지어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은 밤에 화장실 가는 도중 미끄러져 고관절 골절이나 외상성 뇌출혈을 겪는다. 

그만큼 삶의 질과 건강에 밀접한 연관이 있고, 심지어 어느 순간 굉장히 위험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는 야간뇨는 '나이가 들어서 그러려니' 하고 방치하면 안 되는 증상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밤에 화장실에 가려고 깨는 것일까?

몇몇 연구에 따르면, 50대 이상에서 50% 이상이, 또 70대 이상에서 70~80%가 밤에 1회 이상 소변을 본다고 한다. 중년 남성 두 명 중 한 명 이상은 밤에 깨서 비몽사몽간에 화장실을 간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국제요실금학회(ICS) 정의에 따르면, 야간뇨는 원인이 무엇이든지 '잠자는 도중 소변을 보기 위해 한 번 이상 잠을 깨는 증상'이다. 반면 정상이라면 소변을 보기 위해 깨지 않거나 가끔 한 번 깨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일단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 수면 장애·야간에 소변량이 정상치보다 많은 야간다뇨·방광의 저장 능력 감소·일차성 다음·당뇨병·요붕증 그리고 이 중 두 가지 이상이 같이 있는 혼합 야간뇨다. 원인이 많은 만큼 똑같이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서 깬다고 해도 다 같은 질환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인별로 치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야간뇨를 교정하려면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환자의 야간뇨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배뇨 습관, 당뇨·고혈압·뇌졸중·두통·불면증 등 병력, 소변 볼 때 증상 등을 세세히 물어보는 게 우선이다. 그다음으로 신체검사와 혈액검사·소변검사 등 검사실 검사, 남성의 경우 전립선 검사 등을 시행한다. 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배뇨 일지'를 작성한다. 

이 같은 검사로 만일 요로 감염 등 일시적 문제나 당뇨·수면 장애가 있다면 그에 대한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밤뿐 아니라 하루 중 소변량이 절대적으로 많아 낮이고 밤이고 소변을 많이 보는 경우를 '다뇨'라고 한다. 

정상 성인의 24시간 소변량은 나이·체중·운동량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1.5L에서 2L 정도가 적당하다. 식사를 제외하고 하루 1.5L 정도의 수분 섭취를 하는 게 좋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하루에 7~8잔의 물을 마시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들이 써 오는 배뇨 일지를 보면, 하루에 2500cc(지금껏 내가 본 가장 많은 하루 배뇨량은 무려 5200cc였다) 이상 소변을 보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경우가 다뇨다.

다뇨의 원인으로는 일차성 다음(몸에 좋다고 하니 그냥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인데 말이다) 조절되지 않는 당뇨와 요붕증(소변이 농축이 되지 않는 질환) 등이 있다.


실제로 내과가 아닌 비뇨기과에서 당뇨가 진단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소변이 자주 마렵고 밤에 깬다며 비뇨기과에 내원한 중년 남성이 혈액 검사에서 당이 높게 나오는 경우다. 자세히 물어보면 몇 달 전부터 입이 많이 타서 물을 많이 마셨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당뇨 약을 복용하고 음식 조절과 운동을 하면 빈뇨와 야간뇨가 드라마같이 좋아져 아쉽게도(?) 당분간 비뇨기과를 찾지 않는다. 

야간다뇨는 하루 총소변량은 정상이나 야간 소변량이 낮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경우다. 65세 이하에서 하루 요량의 20% 미만, 66세 이상에서 하루 요량의 33% 미만이 밤중에 소변으로 만들어져야 정상인데, 그보다 많은 양의 소변이 만들어진다면 이를 야간다뇨라고 한다.

사람은 원래 밤에 잘 때는 소변을 농축해서, 즉 소변을 조금만 만들어서 밤에 화장실에 가지 않도록 진화돼 왔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은 밤에 소변이 조금만 만들어지며, 따라서 아침에 일어나서 첫 소변을 보면 조금 더 진한 노란색을 띠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나 손발이 부었다가 조금 활동하다 보면 부기가 빠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며, 아침에 어느 정도 붓는 것은 정상이다.

밤에 소변을 농축하는 기능이 고장 나면 야간에 상대적으로 소변이 많이 생성되고, 그 양이 내가 참을 수 있는 용적을 넘어서면 소변을 보기 위해 자다가 일어나야 한다.

이렇게 밤에만 소변이 많이 나오는 원인으로는 뇌에서 밤사이 분비되는 소변을 농축하는 호르몬의 부족·심부전증·당뇨병·콩팥 기능 저하·취침 전 과도한 수분 섭취 등이 있다.

야간다뇨 환자들 중 밤에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데도 소변을 많이 본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세히 물어보면 물은 마시지 않지만 과일·맥주·막걸리·차 등을 섭취는 경우가 있다. 밤에 소변 농축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수분이 많은 간식도 아침에 먹어야 한다.

방광이 소변을 저장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방광에 250~300cc가 차면 소변이 마렵다고 느끼기 시작하며, 상황에 따라 500cc 심지어 1000cc까지 참을 수 있다. 사람의 방광은 신기한 장기다. 실제 아랫배를 열고 수술할 때 방광을 직접 눈으로 보면 정말 조그만 장기인데, 많이 늘어나면 1000cc가 넘는 소변도 저장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능력이 감소된다면 야간에 소변을 보기 위해 일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밤사이 500cc의 소변이 나온다고 가정할 때, 정상 방광 용적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침에 일어나서 500cc 한 번만 소변을 보면 되지만, 방광 용적이 150cc로 줄어든 사람이라면 자다가 서너 번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방광 용적 감소의 원인으로는 전립선 비대증·과민성 방광·간질성 방광염·잘못된 배뇨 습관·불안 장애·약물 복용 등이 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근거 없는 '썰'들을 가끔 듣는데, "소변은 참으면 병이 되고, 대변은 참으면 약이 된다"는 말도 그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면 개똥 같은 소리다.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오줌이 조금만 마려워도 바로 화장실에 가 버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행동이 계속되면 소변을 저장하는 방광의 능력은 점점 더 감소할 것이다. 물론 수시로 과다한 양의 소변을 참는다면 방광에 해가 될 수 있고, 특히 방관요관역류 같은 특정 질환을 갖고 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사실 어느 정도 소변을 참는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면 원인이 한 가지만 있는 경우보다 두 가지 이상인 경우가 훨씬 많다. 약간의 수면 장애와 방광 용적 감소가 같이 있는 경우 그리고 방광 용적 감소와 야간다뇨가 같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야간뇨,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증상이라면 당장 불편해서 병원을 찾을 텐데, 워낙 조금씩 증상이 심해지니 말 그대로 ‘나이가 들어서 그러려니’ 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밤에 깨서 소변을 보러 간다면 참지 말고 가까운 비뇨기과를 방문해 보자. 

 

 

출처 : JTBC 뉴스 / 일간스포츠